쉴 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짧은 영상을 넘겨보며 쉬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서 요즘 눈에 띄게 노출되는 영상이 있다. 다나카와 닛몰캐쉬의 "잘자요 아가씨" 영상인데, 부담스러운 말투와 몸짓, 패션이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도 처음 볼 때에는 충격적인 느낌이 있었지만, 중독적인 멜로디와 춤사위에 다시 한 번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그런데 이런 부담스러운 컨셉의 코미디 장르가 낯설지가 않다. 몇 년 전 크게 유행했던 최준의 코미디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다만 이런 독특한 코미디 장르가 왜 20대에게서 몇 년째 유행을 이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 볼 만 하다.
위의 영상과 최준의 영상이 우스운 것은, 사람들이 싫어하게 된 남성상을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강조하여 희화화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덕분이다. 십수년 전만까지만 하더라도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속담으로 함축되는, 적극적인 구애를 시도하는 남성상이 주류였다. 그러나 프라이버시의 공간이 중요해져 경계를 넘어오는 행동들을 불쾌한 침범, 즉 '선넘기'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이는 철지난, 무례한 전략으로 전락했다.
그러니 '선넘기'를 통해 가정을 꾸린 기성세대들의 일상적 행동들은 신세대들에게 매번 불편하고 때때로 공격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일쑤다. 청년 세대들이 경험하는 경제적 실패의 무력감은 불쾌한 기성세대들에게 쉽게 전가된다. 세대 차이와 맞물려 적개심으로 발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물론 분개하는 20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사회적 지위에서나 경제적 지위 그 어디에서도 승리할 수 없으며 앞으로의 승산도 없다. 그들이 올려다보는 기성세대와의 격차는 조선시대 양반과 양민의 격차만큼이나 크다. 할 수 있는 것은 그 때 그랬던 것처럼, 기득권이 가진 특성을 과장하여 희화화하는 탈춤판을 몰래 벌이는 게 전부다.
부담스러운 연애 코미디나 '한사랑산악회' 같이 중장년들을 따라하는 코미디도 사실상 청년 세대만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비밀스러운 탈춤이다. 한바탕 춤사위를 보며 실실 웃지만, 내 웃음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생각하면 씁쓸함이 혀끝에 감돈다.
[1] https://music.bugs.co.kr/album/20626497?wl_ref=list_tr_07_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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